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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남' MD Life]

계약직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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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받은지 2주차.
나는 인턴의 멘토다.
회사는 물론 조직의 특징에 대해서 충분히 교육했다.

오늘 회식이었다.
팀장은 인턴에게 "회사에 오기 전 직급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라는 질문을 했다.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
모두 인턴을 둘러싸고 있었고
우리는 인턴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인턴의 대답은
생각하지 못했다라는 것.

팀장은 부장은 어떻고 차장은 어떻고 과장은 어떻고 그런 것들이 있지 않았냐고 되묻길래 인턴은 부장은 어떻고 차장은 어떻고 일반적인 대답을 했다.

그러고 2차는 노래방을 갔다.
멘토로서 인턴에게 혹시 모를 회식에 노래나 춤을 준비해야한다고 강요아닌 강요를 했기에 인턴은 며칠간 준비한 자신의 노래를 불렀다.

모든 세대들이 알만한 소방차의 노래를 열창했고
팀원 모두는 박수 갈채와 함께 응원을 했다.

노래방이 끝나고 가려고 했는데 팀장은 몇 몇을 불러 한잔 더 하자며 불렀다.

이번에 대리 진급 대상자인 나와
이번에 과장 진급 대상자인 대리와
작년이 과장 진급한 과장
그리고 팀장.

우리 넷은 족발집을 갔고
술을 시켰다.

팀장은
"아무래도 이번 인턴은 글렀다고. 별로라고."

과장은
"아직 1주 밖에 안지났으니 노력하면 괜찮을 겁니다"라도 이야기 했으나 팀장은 탐탁치 않아 했다.

이유인 즉슨,
인턴을 키워봤자 다른팀으로 갈테고,
우리한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

그리곤 멘토인 나에게 너무 큰 희망을 주지 말라는 거다.
안될거니까.

이전 인턴은 전 멘토가 너무 강력하게 요청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마음에 안들었다고. 그리고 입사해도 다른 팀 갈거라고 죽써서 개준 꼴이라며.

이번 인턴은 마음에 안드는게 많단다.
8시 전에 출근을 했는데 다른 인턴들은 8시 이전에 출근을 했는데 우리 인턴은 8시 10분쯤 출근했다고.

그때 나에게 물었다.
인턴 출근이 몇시냐고.
인사팀에서 8시 30분 전에 오라고 통보했다고 하니 다른 인턴들과 다르게 애가 절실함이 없나보다 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챙겨줍세라 라면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더니
인턴은 밥을 먹고 왔다고 한다.
빨줌해서 다른 과장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고 하는데
참 개념이 없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그 인턴은 이미 끝이라는 거다.
아직 2주도 안된 인턴의 씨앗을 이렇게 잘라버렸다.

그리고 그 멘토인 나에게 들으란 식으로
인턴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며
나에게 두번 세번씩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네 팀장님 팀장님의 평가는 이미 노 인것 같으니
지금부터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
팀장님이 이미 노하셨는데 제가 여기서 인턴은 정말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 하니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한 명의 인턴의 새싹은 쉽게 짓밟혔다.
올해 진급 차수인 병신같은 사수를 만나서
판단력이 빠른 팀장 만나서
며칠간의 행동거지로 이미 판결은 났다.

우리 형은 34살 계약직이다.
우리 형도 술을 마시면 정규직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 고문에 흐뭇해한다.

참. 씁쓸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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