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전 부터 기획하던 상품이 있었다.
그 상품은 작년에 인포모셜 프로그램에서 약 7만개를 판매했던 히트 상품이었는데, 홈쇼핑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홈쇼핑 타겟보다 평균 10살이 높은 T커머스 업계에서는 충분히 대박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주변 업체들에게 수소문해서 제조사와 성공적으로 컨택이 됐다. 업체 또한 작년에 대박난 사례에 힘입어 제품을 개선해서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아직 인증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선정위원회에 출품했다. 샘플 조차 없어서 이미지만으로 발표를 해야했다.
아무리 춥고 더울 때 불티나게 팔리는 계절가전이라지만 이 제품은 업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라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하는 임직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합격과 함께 실질적인 제품 기획에 들어갔다.
아무리 뛰어난 제조사라고 하더라도 홈쇼핑에 적합한 상품과 조건을 맞추려면 쉽지 않다. 굴지의 제조사들도 업계의 전문 벤더들을 쓰는 이유다. 제조사는 상품의 기능과 품질에 집중하고, 판매는 채널별 판매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수소문해서 컨택이 된 협력사는 홈쇼핑 업계에서 경험이 많이 있는 벤더가 선정 되었다. 90퍼센트의 불확실성과 10퍼센트의 미친 열정을 가지고, 협력사 부장님과 함께 머리를 굴려가면서 기획한 이 제품에 대박을 기원하며 제작을 하게 됐다.
제품의 품질과 관련된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모든 인증서와 제품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맞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는 신용 하나만으로 담당자와 협의를 하고 진행했다. 혹시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도 보증을 들어서 설득을 시켜서 진행했다. 물론,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업체에 전화해서 인증서를 독촉했고, 나중에는 결국 문제 없이 제품과 관련된 인증서를 받을 수 있었다.
어렵사리 준비한 이 상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쇼호스트도 제품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을 기획했기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나는 결코 이 제품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대박이 날 것이라는 확신감과 함께 제품의 특장점과 기능을 명확하게 소구했다.
제작일이 왔다. 실제로 제작날짜까지 제품의 제대로 된 샘플 조차 받을 수 없었기에, 나조차도 궁금했다. 샘플도 중국에서 수입해오면서 인증 절차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기존 10개의 샘플이 필요했지만, 6개 정도 밖에 공수할 수 없어서 그대로라도 감사히여기며 준비해야 했다.
제작 이전에 많은 미팅과 아이디어 회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제작일에는 많은 변수들이 발생한다. MD들은 이러한 변수에 빠르게 대응하고, 집중할 수 있거나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물론, 과감하게 버리고 가야하는 것들에 대한 판단력이 필수다.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시연에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고, 나머지 것들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제작은 성공적으로 됐다. 유능한 쇼호스트 두 분께서 준비된 시연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고객들의 구미에 당기는 멘트들을 하면서 완벽한 녹화가 진행 됐다. 부족한 부분은 PD의 신의 편집으로 보완이 가능하리라 믿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MD는 언제 이 상품을 최초로 선보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신상품은 론칭이 중요하다. 편성의 90퍼센트의 성공은 최초로 선보이는 론칭의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업계에서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기 때뭄에 이 상품이 무슨 요일에 무슨 시간에 잘 나올지에 대한 통계는 일절 없다. 유사 상품과 과거의 데이터, 그리고 MD와 편성 담당자와의 감각에 달려 있는 셈이다.
론칭이 11월 초라 아주 춥지는 않기 때문에 이른 새벽이나 밤 늦은 시간이 잘 나갈거라 생각이 당연히 들 것이다. 그렇게 화요일 05시 시간을 편성을 잡았고, 모든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
라이브 사 중 한 곳에서 이 상품을 론칭을 준비한다고 우리 시간을 미뤄달라는 것이다. 한 시간에 4-5,000개를 판매하는 라이브 홈쇼핑에 비해, 한시간에 많으면 1,000개를 판매하는 T커머스 채널은 우선순위에 밀릴 수 밖에 없지만 이건 너무 어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게 한 두 번 겪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체념했다. 여름 계절 시장에서도 C사의 MD가 내가 1+1을 한다는 이유로 제조사에 방송 취소 요청을 했었던 적이 있다.
더울 때 추울 것을 대비하고
추울 때 더울 것을 대비하라
하나만 있을 때는 정
둘이 있을 때는 을
셋 이상 있을 때는 갑
못 팔아도 반 이상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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