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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야기

가장의 책임감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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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이라는 타이틀을 단지도 벌써 한 달이 다되어간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생활하던 때와 다르게, 이제는 내 삶의 동반자 와이프와 상의한 후에 결정을 하는 것이 크게 달라졌다. 이것과 더불어서 달라진 것이라면 책임감의 무게랄까.

매달 그렇게 반가웠던 월급도 이제는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다. 홀로 쓰기에는 벅찼던 월급을 이제는 쪼개고 쪼개어 저축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 자금으로 마련해야한다는 것이 가장 큰 심적 부담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내 월급이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가정을 위한 것임을 알았을 때는 결코 많은 양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두고두고 기억하게 될 순간이 있다. 어제.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며 와이프와 함께 책을 읽으려고 카페에 갔다. 내가 읽을 책 제목은 부자를 만드는 부부의 법칙이다.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가는데 마음 한 편으로 답답함이 밀려왔다. 책 내용은 부자가 되기 위한 부부의 법칙은, 부부가 합심하여 목표를 정해서 수입의 많은 부분을 저축하고, 재테크를 열심히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과연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었나하는 생각이 사무치며, 조심스럽게 우리의 재정 상태를 오픈했다.

타이밍이 좋았다.
우리는 솔직하게 서로의 재정상태를 털어놨고, 다행히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공감을 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솔직하게 터놓고, 최선을 다해서 이겨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와이프에게 미안함이 너무 많았다. 사업을 시작한지 1년도채 되지 않은 와이프의 재정 상황을 너무 까놓은 것이 아니었을까. 말하진 않았지만 현실에 대해 알게된 부끄러움과 앞으로 해야할 많은 일들과 부담감. 어느 누구와도 가까워야할 사이인 부부관계이지만, 숨기고 싶은 진실을 너무 쉽게 까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같은 침대에 눈을 감고 누워있었지만, 쉽사리 잠은 오지 않았다. 아. 이게 가장이구나. 부끄러움, 아픔, 슬픔, 괴로움, 이 모든 감정들도 함께 하고, 서로 이겨내는 것이 바로 가족이고 가정이구나.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하루,
잊어서도 안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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