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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야기

감시하고 감시당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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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든 기록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도구인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기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기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 디지털 기록과 관련된, 아니, 우리도 모르게 남긴 흔적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볼 때마다 나에게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영국 단편 드라마인 블랙미러 시즌3에서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다뤘다. 이 사건과 더불어서 드라마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곁들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

한 글로벌 기업의 과장이 있다.
그 과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능력도 인정받고 평판도 좋은편이다. 그런데 어느날, 팀장이 전화가 왔다. 과장의 부하직원 중 한 명이 과장의 만행을 기록한 20여 페이지의 기록들을 전 사원 메일로 뿌리겠다는 것이다. 과장은 그 부하직원이 왜 그런 일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약 4개월의 긴 시간 동안 기록된 이야기들은 몇 조 몇 항 수준으로 주도면밀하게 되어 있음은 물론, 과장과의 대화와 주변 사람들과 그 사람에 대한 대화들을 캡처해서 저장을 했다고 한다.

당신이 지금, 이런 과장의 입장에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법적으로 해결을 하겠다고?
그 사원은 퇴사를 각오하고, 이것을 뿌리겠다고 한다. 법적으로 뿌리겠다고 말한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협박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뿌리게 되면 명예훼손 죄에 해당하여, 최대 3년 이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실추된 내 이미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사에서는 어느 누구도 보호하지 못한다. 정말 똥 밟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가까운 노무사에게 이 상황에 대해서 문의해보니, 증거가 하나도 없는 과장은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 증거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사원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증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믿게 된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받으면서도 믿게 되는 찌라시나 다름 없다. 한 두번 받을 때는 모르지만, 그게 일주일, 한달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그 내용을 믿게 되는 것이다.

과장은 그 사원이 4차원에다가 정말 싸이코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그 두 사람과 동시에 일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 팀장의 입장에서는 물의를 일으키는 두 사람 모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별 관심도 없도 기억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두 사람 중 한 명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편협한 생각과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블랙미러 시즌 3의 3편, 닥치고 춤춰라 편은 위의 사건과는 관계 없지만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웹서핑을 즐기던 십대 소년이 악성코드를 제거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어느날 야한 사진을 보면서 자위를 했다. 그런데 자신의 행위를 노트북 카메라로 그대로 촬영한 동영상을 첨부한 메일이 왔고, 가족들에게 그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는다. 소년은 불쾌함과 부끄러움이라는 두려움으로 그 자가 시킨 일을 다 해야만 한다. 그는 그렇게 은행까지 털게 된다.

극단적인 이야기이지만, 나도 그런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유포자가 시킨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단 한 순간에 내 평판이 바닥으로 가라 앉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것은 누구나 나의 정보에 접근하기 쉽고, 공유하기 쉬운 디지털시대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문은 더 빠르게 퍼진다.
그 소문이 진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 소문이, 또는 동영상이 충분히 볼만한 재미가 있거나 흥미진진한 내용이 있다면 더욱 빠르게 퍼진다.

혼자사는 여성들을 상대로 CCTV로 번호키를 찍어서 몰래 침입하는 사건들, 타인의 휴대폰에 악성코드를 설치해서 개인자료나 금융정보, 사진들을 털어가는 사건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참, 두려운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감시 당하고, 누군가를 감시하는 사회.
내가 기록하고 있는 이야기, 누군가가 나를 기록한 이야기들이 버젓이 퍼지고 있는 사회.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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