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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남' MD Life]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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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갑 업체와 한 때 잘 나갔던 업체와의 거래에서는 누가봐도 갑과 을의 관계가 정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잘 나갔던 업체의 착각으로 인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갑 업체인 A사는 항상 바쁘다.
영업을 담당하는 김 이사는 하루에도 수십콜의 영업 제의 콜이 온다.
세계에서 1등을 하고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총괄판매 이하 총판 역할을 맡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수입사를 통해서 상품을 판매해왔지만, 최근 브랜드 본사에서 국내 지사를 최초로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가마다 지역마다 판매를 총괄하는 영업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아무리 잘나가는 세계적인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일괄적인 세계화 방식으로는 현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에서 가장 잘 판매하고 있는 총판을 영업 총괄로 끌여오는 것이 중요한데, 바로 A사가 그 총괄하는 역할에 유일무이한 회사이다. 어느 회사가 따라와도 잡기 힘든 회사였는데, 이제는 날개 까지 단 셈이다. 그리고 그 브랜드에서는 A사를 인정하여, 계약을 맺는다는 소문이 이미 업계에서는 돌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에서 신규 시장에 진출하여 B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약 2년 동안 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성장을 하고 있지만, 이미 10여개의 굴지의 대기업들이 진출한 시장에서 성장을 하기에는 큰 차별화 전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 담당인 박 MD가 A사를 찾아가 제안을 했고, 마침 새로운 시장을 확장하고자 판로를 넓히고 있던 A사는 흔쾌히 받아들이며 판매를 승낙했다. 하지만 시작부터가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기존에 다른 시장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는 다양한 상품들의 마진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에서 협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유인 즉슨, 경쟁 업체에서 A사를 유치하기 위해서 마진 경쟁에 있어서 파격적인 마진 제안을 한 것이고, 이를 이미 수용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B사는 어쩔 수 없이 세계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A의 상품을 낮은 마진으로 진행을 하기로 결정을 했고,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도 높은 매출을 내며 약 1년간 업계에서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다.

새로운 업계에 진출하면서 많은 실적을 낸 A사에 B사의 경쟁사들이 끊임없이 좋은 조건으로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A사는 다양한 유통 채널로 확장을 통해서 많은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확신하면서도, 세계적인 브랜드의 제품을 수입하는데 안정적인 재고 확보가 어려운 문제와 업체별 할당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B사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단독 상품 운영안을 제안했다. A사의 입장에서는 특정 업체에만 한정적인 물량을 납품함으로써 다른 업체에 납품을 못한다는 배타적인 조건을 수긍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판매와 B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양사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들의 호의적인 결정에 힘입어 실무자들은 안정적인 매출과 안정적인 재고 확보라는 양사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며 win - win 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B사는 한 때 잘나갔던 업체답게, 아주 보수적이다. 1%의 실패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예측되지 않는 위험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최소 3가지의 방어전략을 구사한다. 회사대 회사와의 거래에서 안정적인 거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안이 '질권 설정'이나 '이행보증보험증권'과 같은 특정 상황에 있어서 자금을 통해서 상대방의 권리를 보증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 최소한의 보험은 누구나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도한 질권 설정이나 장기간 이행보증보험 설정은 이를 설정하는 주체 회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소위 '갑' 회사와의 거래에 있어서 '을'의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어 전략이 오히려 '의심'을 하는 회사로 오해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어,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반면 A사는 아주 전투적이다. B사의 러브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독 상품 물량이라고 계약을 체결함에도 불구하고, 온갖 업체들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이에 대해 B사가 클레임을 걸어도 전혀 반응이 없다. '단독'이라는 조건 자체는 공정거래법상 위반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계약서에서도 명시되어서는 안되고,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질권 설정이나 이행보증보험과 같은 B사의 방어 전략은 이러한 정책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팔 수 있는 협력사들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에 기회비용으로 따진다면 B사와 거래할 이유가 없다. 굳이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이행보증보험을 설정하여 B사와의 거래를 하는 이유는 양 사와의 관계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하는 것 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B사는 A사와의 최종 거래를 하기 위한 계약 최종 단계까지 왔고, B사는 A사에게 안정적인 재고 확보를 위한 물량에 대한 대금 지급을 눈 앞에 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B사는 A사를 찾아가 거래 조건에 대해 최소 5회차에 걸쳐 나온 최종 계약서를 확인하고자 방문했다. 하지만 A사의 대표는 그자리에서 노발대발하며 B사의 거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의 거래 조건에서 A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고, 이 거래 조건보다 못한 조건으로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수백개의 회사들이 줄을 지어 있는데, 굳이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B사의 고리 따분하고, 느려 터진 의사결정에 있어서 너무 불만스럽고, 이로 인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있기 때문에 내가 제안하는 구조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주장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생각했던 계약 건에 있어서 A사가 마지막 단계에서 또 다른 클레임을 제기하는 경우이다. B사는 이미 7단계에 걸쳐서 힘들게 의사결정을 받아서 당사에도 불리한 계약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브랜드를 유치하고자 하는 A사와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건만, 이제와서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7단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설득에 설득을 거쳐 최종 대표이사의 결재까지 받았건만, 이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때 잘나가던 B사 모순적인 실패 상황이다. 아주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제와서 A사와의 거래에서 계약서에 제기한 주요한 문건 하나 하나를 다시 따져본다고 한들, 오늘 최종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노력들은 무용지물이다. 양 사의 대표의 결정에 따라 책임을 전가할 수 있지만, 담당자는 최악의 경우 계약 파기라는 엄청난 실패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을'의 입장에서 '갑'의 입장인 A사의 마음을 돌려 놓기에는 힘들고, 어떻게든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성실한 태도와 겸손한 자세로 그들이 원하는 최종적인 제안 상황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도록 B사의 7단계 결정권자들에게 다시 한 번 설득하겠다고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중요한 계약 건에 있어서는 누가 어떻게 말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발생한 화제거리에 있어서 상대방들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180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의 오해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계약을 하는 것에 있어서 농담으로 하는 말까지도 계약에서 주요한 항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꼼꼼한 기록과 메모가 필요한 대목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전투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거래 관계에서도 이 말은 통한다. 이것은 누가 갑이냐 누가 을이냐의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어느 상황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지금 단계에서 설령 좋은 관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누가 뒤통수를 칠 지 모르는 것이다. 계약 관계에 있어서는 항상 이 점을 유념하고 철저한 준비와 상대방에 대한 지식과 정보, 그리고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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