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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남' MD Life]

무서운 고객, 강성 고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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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파는 상품의 고객이 본사에 찾아왔다. 

고객 한 분이 다짜고짜 욕설을 난무하시면서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웠다.

'참, 누가 판매한 상품에 문제가 있는건지 제대로 좀 하지!'

경비원이 있거나 출입을 통제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종종 찾아오기는 하지만 이렇게 까지 고음과 욕설을 퍼붓는 고객은 처음이지만, 특정 물건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겠지 하면서, 물건을 판매한 MD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고객을 응대하는 고객서비스팀 직원이 고객은 안정시키고, 모든 임직원들이 숨을 죽이면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고객서비스팀 직원이 상기된 표정으로 날 찾아와 강성 고객이 나의 제품 때문에 찾아왔다고 한다... 두둥

문제인 즉슨, 쓱닷컴에 입점하는 과정에서 TV방송의 상품을 연동시켜서 판매하고 있는데, 쓱닷컴과 신세계쇼핑과의 시스템에서 고객의 불만 사항을 전달하는 시스템이 오류가 있었다. 고객은 제품의 소음 문제 때문에 반품을 신청한 상태인데, 최소 3일 이내 어떻게 처리하겠다라는 응대를 받아야하는데, 각 유통사와의 반품 이관에서 응대 누락이 발생된 것이다. 고객은 하루라도 빨리 마음이 떠난 이 제품을 반품하고 싶은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연락은 없어서 무더위에 화가 난 고객이 네이버 지도에서 당사 주소를 찾아서 다짜고짜 찾아오게 된 것이다. 

다행히 고객서비스팀의 직원의 친절한 응대에 고객은 화를 풀며 돌아갔지만, 담당 상품을 판매한 MD로써 한편으로는 아찔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순간이었다.


강성 고객은 말 그대로 성향이 강한 고객을 일컫는다. 제품에 대한 불만이나 고객 센터의 응대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일반 고객보다는 감정적으로 화가 북받친 고객이다. 

의도적인 측면에서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제품을 중개하여 판매하는 유통업체의 도의적 책임을 이용하여 특정 이익을 요구하는 의도적인 접근을 하는 강성 고객인 경우와, 의도가 특별히 없는 경우의 고객의 경우가 있다. 

고객센터 직원들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서 이 두 부류의 강성 고객들의 의도를 판단하여, 의도를 가진 고객들은 대부분 CS처리예산 내에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한도 내에서 적립금을 부과하거나, 반품 택배비 등을 당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고객의 경우에는 유통사의 본질을 많이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서비스업계에 종사해보신 경험이 있거나 같은 유통업에 종사하는 분들, 그리고 경쟁 업체들도 이 부류에 속하는데, 이런 블랙 컨슈머들을 응대하기 위해서는 콜센터에서도 메뉴얼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응대하여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홈쇼핑 MD를 하다보면 강성 고객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첫째는 콜센터 체험을 통해서 강성 고객 전화를 받는 경우,
둘째는 강성 고객이 상담원들에게 상품 MD와의 통화를 직접 요구하는 경우
셋째는 본사에 직접 찾아오는 경우이다. 


가장 처음 만난 강성 고객은 롯데홈쇼핑 때의 일이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전 직원들이 반기에 1회씩 콜센터 체험을 한다. 고객과의 접점인 주문 / 반품 및 교환 / CS 건들을 직접 처리해는 경험을 하는데, 가끔 CS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강성 고객들을 만나기도 한다. 물론 전문 콜센터 직원과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응대를 잘 못할 경우에는 어려움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끔 욕설을 난무하는 고객들이 있는데, 얼마나 많은 콜센터 직원분들이 고생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건을 소싱하고 판매하는 MD로서 이런 경험은 참 소중하다. 물건을 단순히 판매만 하면 끝이 아니라, 주문은 어떻게 들어오고 주문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은 어떤 질문들을 많이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콜센터 직원들은 어떻게 응대하고 있는지, 어떻게 응대해야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해답을 줄 수 있는지, 주문을 하고 결제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교환과 반품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은 무엇인지, 제품이 불량이 나는 경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가이드를 줄 수 있는지 등을 염두해 두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 고객들도 강성 고객들로 만드는 경우가 발생한다. 

콜센터 체험을 통해서 만난 강성 고객은 사실 나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MD로서 크게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간혹 내가 판매하는 상품에 불만을 가진 고객들의 CS콜들을 가지고 있다가, 담당 MD가 콜센터 교육을 받으러 올 때, 직접 응대하면서 얼마나 힘든지 경험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화 통화를 하는 5분 ~ 10분의 시간은 온 몸에 식은땀이 줄줄줄 흐르고, 입이 바짝 마르며,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고객은 최근에 발생한 건이다. 

내가 소싱하여 판매한 블랙박스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블랙박스가 필요한 한 고객이 신세계쇼핑 방송을 보며 '국내 생산'을 강조하는 쇼호스트의 멘트에 딱 꽂혀, 비교하던 다른 제품을 제치고, 이 블랙박스를 구매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터치 패널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조업체에 전화하여 반품을 접수하려고 했는데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자, 불만을 가진 고객이 망치로 제품을 부순 사건이다. 고객은 이미 자신이 결제한 상품을 고객 과실로 제품을 손상시켰기 때문에 반품이나 교환 처리 등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제품과 제품을 생산한 제조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이를 제대로 검수하지 않고 판매한 담당 MD에 대해서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 절차를 시작했다. 

제조사에서는 아무리 불량 제품이었긴 하지만, 이 제품에 치명적인 손상을 끼친 고객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고객은 이런 제품을 판매한 유통사에 도의적인 책임을 묻고자, 담당 MD인 나와 직접 통화를 하고 싶다고 고객 센터에 계속 전화를 한 것이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불량 제품이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 이미 고객의 화는 머리 끝까지 나있는 경우에 담당 MD가 직접 통화해서 어떤 소리를 듣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당사에서도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고객과 담당 MD와의 통화는 지양하고, 콜센터 직원 선에서 끝을 내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담당 MD와의 통화를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통화를 진행해야만 처리할 수 있는 문제였다.

고객과의 응대를 하기 위해서 방송을 꼼꼼히 보고, 제품 판매 기술서를 다시 한 번 제대로 숙지하고, 지금까지 발생한 많은 고객불만 사례들을 보고 응대 메뉴얼을 준비했다. 그리고 고객의 주문과정에서부터 반품 신청 과정까지 고객서비스팀, 벤더 대표, 제조사 대표와 통화를 하면서 고객이 어떤 포인트에서 기분이 상했고,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의 수에서라도 처리할 수 있는 방안들을 미리 준비했다. 그렇게 거의 하루 반나절을 고객과의 통화 하나를 위해서 집중했고, 조용한 가운데 고객과의 통화를 진행했다. 

약 20분간의 통화를 진행했다. 결론적으로는 고객은 화가 풀렸고, 제품에 대한, 유통업체에 대한, 제조사에 대한 불만 사항은 다소 풀려지신듯 했다. 고객의 입장으로 비싼 값을 주고 산 블랙박스를 설치했는데,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불량 제품을 받아서 기분도 나쁜데, 제조사와 유통사에서 제대로 응대도 못했으니,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에 해당 건으로 조회를 해보니 비슷한 사례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니, 사기 당했다는 생각도 들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고객과의 충분한 공감을 하면서, 고객이 주문하는 과정에서 제품을 구매하기 전, 제품을 모바일로 조회하고, 제조사와 관련 제품들도 비교해보는 과정, 결제를 하고 배송받기 전, 배송을 받고 나서 설치 기사의 전화를 받고, 설치하는 과정, 제품의 불량으로 판정이 되고, 이를 콜센터나 제조사에 접수하는 과정, 불량 상품을 접수하여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 콜센터나 제조사에서 응대하는 과정, 이를 회수 / 반품 처리하거나 교환하는 과정 등 이 모든 과정에서 자칫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고객은 충분히 불만족을 느낄 수가 있고, 이는 일반 고객들도 언제든 강성 고객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 번째 고객은 앞서 소개했던 고객이다. 

이 고객 외에도 최근에는 만취 고객이 회사에 찾아온 경우이다. 어떤 제품에 불만을 가진 고객이 콜센터 응대에 불만을 갖고, 낮에 술을 잔뜩 마신 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의정부에서 본사로 찾아온 경우이다. 

공교롭게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강성 고객을 만나서 어떤 문제인지 접수를 받고, 고객서비스팀 직원분께 말씀드려서 응대를 했던 경우인데, 술기운에 화가 잔뜩 올라온 고객에게 잘못 대응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 


참, 홈쇼핑 MD가 별일을 다 겪는 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고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소위 대박 상품의 시작은 '품질'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고객의 접점에서 주문 - 반품 - CS를 처리하는 고객센터의 노력, 제조사와 판매처 벤더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제대로 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모든 과정에서 꼼꼼한 면모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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