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거의 다 나은 듯 하다.
아침에 주치의 선생님께서 수포는 대부분 호전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셨다.
목에서부터 시작해서 귀와 등, 가슴까지 빠르게 퍼진 수포는 어느새 진정이 되어 검은 딱지가 되었다. 지속적으로 약을 잘 바르고 매일 4회 항 바이러스제를 잘 투여한 덕분에 빠르게 진정이 된 듯 하다. 이제 가슴안 팎으로만 선분홍빛 대상포진 수포들만 좀 발라주면 된다고 한다. 나로서는 여기서 하는 일은 편히 쉬고, 먹고, 자는 것 밖에 없다.
우중충했던 날씨도 맑아서 병실에 따스한 햇살이 비춰진다.
여름철 그 무더위와 호우 경보를 피해서 나는 세란병원 507호 병동에서 에어컨 아래에 편안히 보내고 있다.
4명의 어르신들과 함께 조용 조용하게 책 보고, 영화보고, 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하는 지금, 이런 시기가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면서 다시는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욱 크다.
참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쓰고 싶은 말도 많은데,
이 자리에 앉아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면 잘 안된다.
마음 한 구석에 뭔가 멍한 느낌이 압도적이다.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내가 면역력이 약해져서 대상포진이 걸렸고, 그냥 넘겨 갈수도 있었던 대상포진이 귀까지 번져서 뇌와 얼굴, 눈과 귀와 같은 예민한 감각 기관까지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무려 일주일이나 병원에서 지내야한다는 사실은 한 편으로는 치욕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열정남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하루 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아오면서 내 자신을 망가뜨려온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내 자신이 쉽게 변하기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제도 여자친구와 약간의 말다툼을 했다. 하루 하루 지겹게 지내고 있는 나에게 혹시 모르니 일주일 더 입원을 하는게 어떻냐는 말을 했다. 나는 흥분하며 이렇게 있는것도 너무 괴롭고 힘든데 나에게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대답을 했다. 내 몸을 위해서 아껴주는 것도 좋은데, 평생을 활동적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지금 이런 순간마저도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지나온 내 인생이 마치 잘못 살아온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앉아서 쉬는 것도 인생의 한 과정임을 왜 모르냐고, 이 참에 그것을 배워보라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도 맞다.
남은 시간이 이제 4일이 남았다.
4일 동안 얼마나 치료가 될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하루 하루 시간을 버린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이참에 휴식하는 방법도 배우고, 편안하게 앉아서 책도 읽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자.
열정남이라는 타이틀을 나 혼자만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운동같은 것들이 아닌,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발전적이고 가치있는 것들에 한 번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