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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문화

[열정문화][#93] 부산행 KTX가 단순 좀비물이 아닌 이유(스포일러 있음, 캐릭터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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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을 보고 왔습니다.
공유나 정유미, 마동석이 나온다는 것은 그렇게 이슈가 아니었지만, 한국을 배경으로 한 좀비물 영화라,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였죠.



수백명의 좀비들이 미친듯이 달려가는 모습
정말 보면서도 몇번이나 깜짝 깜짝 놀랐는지 모르겠네요.
KTX 열차의 한정된 공간 속에서 감독은 관객들이 얼마나 스릴을 즐길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감독은 한정된 공간에서 수백 여명의 좀비들과 인간들을 공존하며 삶과 죽음, 개인과 집단의 모습들을 담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좀비 호러 영화 부산행이 단순히 여름철 좀비의 등장으로 스릴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서 영화 속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감독의 인생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작품성 또한 충분히 높게 평가합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지구라는 공간에는 인간은 크게 나, 그리고 내가 아닌 사람들로 존재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개인으로는 가족, 친구, 친척, 그리고 제 3자의 개인들이 될 수 있겠죠. 그리고 각 각의 개인들은 종종 무리를 지어다니며 집단을 형성합니다.

이 개인들 중에서도 우리는 나 보다도 더욱 중요한 개인들이 있는데 그것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와 나의 가족만 악착같이 챙겨도 살아가기 힘든 요즘 세상에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챙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개인을 경계짓는 한계를 뛰어넘는 동료애, 우애, 사랑을 이 영화에서는 다룹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친구, 형제 자매, 가족을 위해서 얼마나 희생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지요.


영화 속 주인공은 크게 6명입니다.


석우(공유 분), 그리고 그의 딸 석우(김석우 분)

성경(정유미 분), 그리고 그의 남편 상화(마동석 분)

진희(안소희 분), 그리고 그의 친구 영국(최영식 분)

노숙자(최귀화 분), 용석(김의성 분), 기장(정석용 분), 인길(예수정 분)


이 인물들의 특징을 보면서 우리들의 인생을 한 번 비추어볼 수 있었다.



석우(공유 분)


돈은 잘 벌지만, 가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가장

상사가 시킨 일이 마땅하지 않아하면서도, 아랫 사람에게는 비록 부도덕한 일이라고 생각되더라도 무모하게 추진하는

세일즈맨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지만, 아내가 없으면 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관심조차 없는,

홀어머니를 집에 데리고 살면서 돈만 벌어다주면 육아를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책임한 가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오직 단 하나의 혈육 하나만큼은 내 목숨보다도 소중히 여기며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친다.




석우(김석우 분)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교육을 잘 받았다.

하지만 이기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도 바쁜 아버지와 대화를 제대로 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침묵하고 살아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예의와 예절에 대한 가르침을 이기적인 아버지는 옳지 못하다고 가르치니 도저히 못참겠다 폭발한다.

너무 이기적인 아버지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를 덕분에 생존한다.




성경(정유미 분)


생존력 강한 어머니와 여성상을 대표한다. 

사랑하는 남편을 눈 앞에서 잃지만, 당당하고 당차게 자신의 목숨을, 그리고 뱃속의 아기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남편 앞에서는 당차지만, 적들 앞에서는 약하고 가냘픈 여자다. 하지만 아기를 위해서 기적적으로 생존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아이만큼은 꼭 살아나야겠지만, 좀비들이 득실대는 세상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지 걱정이 된다.

영화 속 좀비들이지만, 각종 범죄들이 들끓는 요즘 세상에 자녀 세대를 고민하는 우리들의 두려움이 반영된다.




상화(마동석 분), 노숙자(최귀화 분)


강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용감한 시민의 대표적 인물.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 온 힘을 쏟는 천상 사나이지만, 아내 앞에서는 깨갱하는 순정파 남편.

마동석이 없었으면 이 영화는 너무 딱딱한 호러물로만 됐을텐데, 중간 중간에 재치와 유머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준다.

아내를 구하기 위하려다 많은 사람들을 구한다. 그리고 적들과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위기를 모면하지만, 안타깝게 희생당한다.

마지막까지 생존자들을 위해서 적들을 저지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낀다. 


노숙자는 이름도 없다.

존재 자체가 의문이긴 하지만, 우연히 발견된 기차에서 중얼 중얼 거리며 등장한다.

삶의 목적지는 없지만,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캐릭터랄까.

비록 외적으로 풍기는 모습 때문에 무시당하고 천대당하지만, 주요 캐릭터들의 목숨을 구해주는 역할을 한다.

비록 말은 하지 않지만, 약자들 앞에서는 당당하게 나서는 조용하면서 용감한 시민을 상징한다.



진희(안소희 분), 그리고 그의 친구 영국(최영식 분)


동료애와 사랑이 넘치는 이 둘은 친구이면서도 흠모하는 관계이다.

대의보다는 친구와의 우정을 택하는 이들은 우매한 소시민들에 의해서 무참히 짓밟힌다.

옳으면 옳다, 그르면 그르다 말 조차 봉인 당하며, 어른들의 세계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다 희생당한다.

결국 비열한 어른들의 방패막이 되어 희생당하지만, 둘의 끈끈한 우애에 관객들은 감동을 느낀다.




용석(김의성 분)


이 영화 속 유일한 악역.

좀비를 악역이라고 하기 보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악'이기 때문에 악역이 아닌 불쌍한 존재랄까.

좀비보다 못한 캐릭터, 어느 회사의 대표(천리마? 운송회사 인듯)라고 하는데 비열하기 짝이 없는 쓰레기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등골이 오싹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딸이 같이 탔고, 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하는 석우(공유 분)의 미래의 모습이나 다름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 시대를 이리 저리 움직이는 기득권세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론을 활용할 줄 아는 모습에서,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사람을 이용할 줄 아는 모습에서, 비열한 기득권세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결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등장하는 모든 좀비들은 물려서 순식간에 전염되지만, 이 캐릭터는 물린 흔적도 안보인다. 심지어 자신이 좀비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다.

결국, 감독은 이런 비열한 캐릭터는 좀비들한테 물리지도 않아도, 생활 자체가 좀비와도 같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일까,

'엄마한테 데려다 달라'고 중얼거리며 어린애 마냥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살게 된 캐릭터 자체를 그냥 죽여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나 보다. 결국 악역 답게 목표 달성하고 죽는다. 




시민들


우매한 소시민들은 이리 피해, 저리 피해 다니다가 줏대도 없이 휘둘리다 그냥 다 죽는다.

정치인의 여론 몰이에 희생당하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는 선과 악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개인의 소신은 없어서 집단의 힘을 빌려서 결정을 내린다.

결국 생각없이 살다가 생각없이 한 번에 다 죽는다.

오직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소수는 희생되어도 좋다는 관점의 무한 집단 이기주의를 보여준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가 있었던 영화 부산행.

캐릭터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도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역작 <돼지의 왕>, <사이비>를 만든 연상호 감독의 다음 작도 기대가 됩니다.



디렉터스 컷으로 영화에 대한 설명도 한 번 들어보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영화 즐겁게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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