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큰 복 중 하나는 소울 메이트가 있다는 것.
소울메이트 중에서도 지운이형은 내 인생의 나침반이자 동반자의 역할을 한다.
인연도 무지 깊은데, 부산에서 재수하던 시절, 야자시간 끝까지 남아 있던 최후의 2인으로서 기억했는데, 대학교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형과는 학군단을 하게 되면서 처음 인사를 했고, 우리는 그렇게 우리는 두살 차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며 친구처럼 잘 지낸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미래와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열정'이란 단어를 말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지운이 형인데, 학군단 이후에도 장교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우리의 열정에 대해서 끊임없이 토론하며 밤을 지새우는 날들이 많았다.
나중에 함께 일을 하면서 세상을 바꿔보자고 했던 4년 전, 어느덧 형은 직원 10여명을 보유한 사업을 하는 대표로서, 나는 유통회사의 MD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생활하며 종종 만나왔다.
외근 가는 길에 연락온 형, 마침 삼성 역으로 외근을 갔는데, 형은 강남역쪽이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겨울철 메인 시즌에 바쁘게 일을 하던 중에 허리 디스크가 생겨서 병원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참 안쓰러웠다. 하지만 안쓰러움도 잠시, 우리는 식당을 가서 엄청난 수다를 하기 시작했다.
보통 내 이야기보다는 형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형의 사업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고, 사람 이야기, 직원 이야기, 일 이야기 등등 다양한 주제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의견들을 내고, 서로 토론하는데 급급했는데, 오늘은 문득 내 이야기가 하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묵혀있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 씩 꺼내는 동안, 형의 얼굴은 점점 굳어가는 걸 느꼈다.
순간,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싶을 정도로 어색함을 느꼈다.
내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던 중, 형은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정우야, 이런 이야기해서 미안할 수 있는데 나는 니가 왜 그렇게 일하는지 모르겠다."
'뭐지?'
솔직한 형의 이야기에 내 심장에 비수를 꽂힌 느낌이다.
잘 살고 있다고는 생각은 들지만, 그건 내 진심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진정한 고민들을 하나 둘 씩 꺼내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나는 잘 살고 있나?'
'내 미래는 있는가?'
'회사가 망하면 나는 어떻게 될까?'
'10년 뒤에 나는 뭐가 되어 있을까?'
뭐 이런 원초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월급쟁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그들은 무엇 때문에 일을 할까?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일을 할까? 직장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기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참고 회사를 다니는걸까? 빚을 갚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게 되는 걸까?
그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어찌나 비참해보이는지,
자존심이라는 것이 특별하게 없다고 생각은 들지만, 지운이 형 앞에서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니가 지금 일을 안한다고 해도, 니는 먹고 살수 있잖아. 그런데 이렇게 의미없이, 미래없이, 그냥 묵묵히 참아가면서 살아가는게 니 인생이가?"
또 한 번 비수를 꽂는다.
"안다 행님. 나도 얼마나 내가 비참한지. 근데 버티는것도 능력이드라. 그게 끈기 아니겠나."
이렇게 얘기를 하며, 내 이야기는 둘의 마음 한 구석에 몰래 집어 넣었다.
어느덧, 내 인생의 목표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나는 무엇을 진정으로 하고 싶었는지, 그리고 나는 왜 사는지에 대한 사명감도 떠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통 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나의 발자취들을 뒤척이고 싶지도 않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변화의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그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내 아버지도 그랬고, 내 선배들도 그랬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달라지고 싶지만,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당장 내일 다짐해도,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득 궁금해졌다.
월급쟁이들의 인생들 속에서도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얼마나 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 꿈을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할까.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책 한 권을 샀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만족스럽다.
크게 변화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노력해보고 싶다.
내 속에 꿈틀꿈틀거리던 그 열정을
다시 한 번 꺼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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