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서는 항상 합리적인 것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협상자들이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하여 최대한의 결과물을 산출하는 것이 협상의 목표이지만, 때로는 이러한 결과물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기도 하다. 이성적인 것보다 비이성적인 것이 중요하게 될 때, 우리는 혼란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협상에 임하느냐, 모르고 임하느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언제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가?
홈쇼핑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소위 갑 협력사라고 불리는 업체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데, 매출도 매출이지만, 매출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 있는 으협력사일 경우에 발생한다.
계절적 요인과 경쟁사 추이등을 고려했을때, 매출이 평균 100%정도 나오는 상황일 때, 협력사는 쌩뚱맞은 쇼호스트를 원할 수 있다. 단지 대표이사가 선호하는 쇼호스트라는 이유만으로, 매출과는 상관없이 특정 쇼호스트의 캐스팅을 요청하는 경우이다.
해당 쇼호스트의 최근 실적, 상품과의 매친, 해당 상품군의 방송 경험 유무, 평균 방송 일수, 방송 앞 뒤의 유사 방송 유무 등을 따져 봤을 때, 기존 쇼호스트로 가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위험 수준이 더욱 낮다고 아무리 논리로 설명을 해도, 협력사 담당자는 대표이사의 선호가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상황을 보자.
한 협력사가 월 목표 300억을 설정했으나, 월 말 한 경쟁사의 실적 부진으로 5억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당사에게 어떤 매출도 상관없으니 5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1시간을 잡아달라고 요청을 한다. 그리고 다른 홈쇼핑에서는 요청을 하고 있으나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럴 경우, 경쟁사 대비 편성에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당사에서는 당장 1시간을 편성해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당장 1시간만 더 잡아준다고 해서 끝을 낸다면, 장기적인 안목이 없는 협상을 한 것이다. 때로는 비 합리적인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협력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사가 도움을 주면, 이외의 것들을 받아낼 수 있도록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1안)
"1시간 진행하는게 가능하다. 우리가 한 시간이 있으니 다음 달에 편성에 우선권을 달라."
2안)
"1시간을 받는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받아보겠다. 대신, 1시간 진행한다면 다음달에 편성에 우선권을 달라."
1안은 하수다. 앞서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요청에 한 번에 승낙해주는 것은 협상 양 측에 윈윈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협상가들의 심리적 만족이 전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2안은 고수다. 한 번에 승낙해주지 않고, 시간을 끈다. 이 상황에서 당사의 MD는 협상에 우의를 지고 있기 때문에 급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하지만 협력사에게 절대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충분히 노력을 하고, 더 많은 상황을 고려한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 중간 중간에 노력해봤는데 이런 건 어떤가, 저런 건 어떤가, 전화를 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욱 좋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력한 결과에 따른 보상을 요구한다. 다음 달의 편성에 우선권을 달라고. 이렇게 노력해서 힘들게 당신이 원하는 한 시간을 구했다. 라고 말한다면 협력사에서는 어떻게든 MD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탈무드에 유명한 일화 중 굴뚝청소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다.
한 랍비가 제자에게 물었어요.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하고 나왔는데 한 아이의 얼굴은 시커먼 그을음이 묻어 있었고, 다른 아이의 얼굴에는 그을음이 없었네. 그렇다면 두 아이 중에서 누가 얼굴을 씻었겠는가?"
"그야 물론 얼굴이 더러운 아이겠지요."
제자의 대답에 랍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그렇지 않아. 얼굴이 더러운 아이는 깨끗한 아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씻지 않지. 하지만 얼굴이 깨끗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매진 아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씻는다네."
"과연 그렇겠군요."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랍비가 다시 물었어요.
"그렇다면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굴뚝 청소를 마치고 나온 두 아이가 있네. 한 아이의 얼굴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져 있었고, 다른 아이는 그을음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얼굴이었네. 두 아이 중 누가 세수를 하겠는가?"
제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어요.
"얼굴이 깨끗한 아이겠지요."
랍비가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두 아이 모두 굴뚝 청소를 했는데, 어떻게 한 아이는 얼굴이 깨끗하고, 한 아이는 더러울 수 있단 말인가?"
이미지출처 : http://www.chunjae.co.kr/all/play/guide_view.asp?
우리는 협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들에 집중한 나머지, 상황을 보지 못한다. 상황을 보지 못하면, 결코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때로는 자신이 내세우는 논리가 상대측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BEST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에서 비추어봤을 때는 그 BEST 안이 최고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해와 논리, 합리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도 결국에는 감정이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때로는 이성과 논리보다도 감성와 명분이 협력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협상에 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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