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 / 주인공의 1인칭 시점, 독백 형태의 영화 / 캐시백의 사전적 의미 / 화가가 가진 능력 / 감정 / 시간 / 시간의 왜곡 / 과거와 현재, 미래 / 불면증 / 이별 / 생각 / 고뇌
이 영화.
아주 오래 동안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가 굳이 굳이 시간을 내서 봤다.
오래 전, 미대 다니는 친구로부터 추천 받은 영화.
영상미가 뛰어나고, 영화에서만 가능한 다양한 기법들이 대단히 매력있게 느껴졌던 영화라고 추천을 받았었다.
다양한 구성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독백 형태의 영화가 참 인상이 깊었다.
<영화 스토리 요약>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이별 후, 불면증에 시달리다 시간을 왜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화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그림을 그리던 그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서 아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
인상 깊은 장면과 멘트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주인공 벤 윌리스가 마트에서 일을 하다가 시간을 멈추게 하여, 여성 고객들의 나체를 그림으로 그리는 장면이다. 가히 충격적이었고, 대단히 선정적일 수 있는 장면을 아름답게 그린 감독의 구성미도 대단하다. 벤 윌리스의 진지함과 코너별로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는 매대와 깨끗하게 닦아져있는 마트의 바닥, 대낮처럼 훤한 마트의 밝은 조명이 발칙할 수 있는 구성을 관객들로 하여금 집중하도록 만든다.
벤 윌리스는 화가 지망생이다.
화가들은 일반인들보다 특정 사물을 더욱 자세히 보고, 그 사물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사람들이다.
남들보다 더 섬세하게, 더 관심있게 쳐다볼 때,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고,
남들보다 더욱 많은 훈련을 통해서 그 아름다움을 새롭게 창조해내는 것이 바로 화가의 능력이다.
벤 윌리스는 이별 후,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하루의 1/3인 수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대형 마트에서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 곳에서 지나치게 따분함을 경험하다가, 자신의 놀라운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시간을 멈추게 만드는 능력이다.
멈춘 시간 속에서 그 순간을 포착하여 화폭에 그림으로 담아낸다. 아름다움을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Best 1. 주인공 벤 윌리스의 전 여자친구 수지가 헤어질 때, 화를 내는 순간
오프닝이 대단히 화려하다.
수지의 화내는 모습이 너무나도 무섭고, 지나치게 포악하다.
하지만 그 화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벤 윌리스의 덤덤한 모습과, 변명과 사과가 전혀 먹히지 않는 그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안타까운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연인과의 싸움에서 어떤 큰 잘못을 했다고 해서 이렇게나 분노를 하면서 욕을 퍼 부을 수 있을까. 그만큼 사랑이 컸기 때문이었을까. 헤어짐의 이유는 '행복하게 만들 자신이 없다'고 말을 했기 때문인데, 사실 이 말이 헤어짐의 이유는 되지 않는다. 헤어짐에는 많은 복합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그 이유들이 하나 둘 씩 모여서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이다.
Best 2. 멈춰진 시간, 멈춰진 눈발을 하염없이 달려가는 샤론의 볼에 눈이 닿은 순간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 벤 윌리스가 '순간'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네가 어떤 순간을 봤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한 순간의 행동도 몹시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 돈독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연인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서, 친구와의 우정을 얻기 위해서, 직장 상사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그 과정과는 반대로, 단 한 순간의 실수로 우리는 결정적인 오해를 사게 되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모든 이들이 동일한 시간 속에서 동일하게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모든 시간을 100% 만족하면서 살 순 없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고, 주변의 많은 것들로 인해 영향을 받아서 180도 다른 결과를 낳는 것도 일수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 순간'에 대해서 조명을 해볼 필요가 있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새로운 삶이 잉태하고 있고, 반면에 예정되어 있는, 혹은 예기치 않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삶이 순간들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예전에는 사랑이 뭔지 알고 싶었어요. 사랑은 당신이 원하는 곳에 있어요. 그 사랑은 아름다움으로 싸여 있고 인생의 순간 사이에 숨어 있다는 걸 알아야만 해요. 잠시 멈추지 않는다면 그걸 놓칠지도 모릅니다." 1.35'14"
살아가는 '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섬세하고 감성적인 한 편의 수채화같은 영화 '캐시백'
'-열정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육의 위대함과 무서움을 일깨워준 영화, 디 벨레 (0) | 2014.01.17 |
---|---|
대통령의 집사, 평범하지만 특별한 인생 이야기 (0) | 2014.01.11 |
Love, Love, Love. 사랑은 기적을 만든다. 웜 바디스 (0) | 2013.05.19 |
탐험가로서 얻는 것과 잃는 것 (0) | 2013.05.17 |
유니세프 후원을 하게 만든 영화,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머신건 프리처;Machine Gun Preacher> (0) | 2012.03.30 |